출처: "AI Renaissance" — SANTIAGO ROEL SANTOS (Feb 23, 2026)
AI 르네상스
나는 AI가 해줄 수 있는 것의 5%만 활용하는 원시인이다. 그런데도 이미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SANTIAGO ROEL SANTOS | 2026년 2월 23일
요즘 교육에 대해 자꾸 생각이 간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우리가 거쳐온 시스템이 정말 맞는 건가.
나는 학교가 싫었다. 모든 아이한테 똑같은 걸 쑤셔 넣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컨베이어 벨트. 앉아서, 입 다물고, 이거 배워. 같은 속도, 같은 시험, 같은 결과. 지루한 아이는 기다려야 하고, 뒤처진 아이는 계속 뒤처진다. 이 시스템은 어느 쪽도 신경 안 쓴다.
고등학교 때 과외를 했고, 나중에는 작은 입시 준비 회사까지 차렸다. 변화의 패턴은 늘 똑같았다. 에세이든 수학이든 어딘가에 막혀 있는 아이랑 같이 앉아서, 어디서 걸리는지 찾아내고, 몇 주 만에 멘붕에서 자신감 넘치는 상태로 바뀌는 걸 지켜봤다. 좋은 선생님은 인생의 궤도를 바꾼다. 나쁜 선생님은 망가뜨린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수학을 못해"라는 믿음을 안고 살아가는데, 사실 그거 그냥 6학년 때 선생님 한 명이 놓쳐버린 탓이다. 수학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어릴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 "균형 잡힌 사람이 되어라." AP 과목은 다 들어라. 약점을 방치하지 마라.
근데 왜 굳이 균형 잡힌 사람이 되어야 해? 균형 잡혔다는 건 그냥 평범하다는 소리다. 내가 만난 흥미로운 사람들은 하나같이 뾰족했다. 자기가 푹 빠진 한 분야에서는 압도적이고, 나머지는 그냥 그럭저럭. 획일화된 커리큘럼은 그 뾰족함을 갈아버린다. 깊이에 보상하지 않고, 오히려 벌한다. 리스크를 피하도록 길들인다. 너무 튀면 학점이 떨어지니까. C 하나보다는 B+가 낫다는 논리. Ramp 창업자가 대학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보고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GPA가 높은 사람보다 가장 어려운 수업을 들은 사람. 그게 뾰족한 사람이다. 나도 쉬운 수업 들으며 학점 관리해서 3.9 받은 사람보다 그런 사람을 택하겠다.
Inversion에서도 나는 뾰족한 사람을 찾는다. 어떤 문제에 집착적으로, 거의 광적으로 파고드는 사람. 최근에 크립토 업계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링 팀이랑 얘기를 나눴는데, 그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10배짜리 엔지니어가 이제는 100배짜리가 됐다고. 최고와 평균 사이의 격차가 폭발적으로 벌어졌다. 복잡한 문제를 쪼개고 돌파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교육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만들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들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나온 거다. 갈려나가지 않고 버텨낸 것이다.
시스템의 톱날에 갈려 어딘가에 묻혀버린 엔지니어와 수학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마 엄청나게 많을 거다.
뾰족함을 더 뾰족하게 갈아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1984년부터 이미 뭐가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다. Benjamin Bloom은 1대1 과외가 학생을 50번째 백분위에서 98번째로 끌어올린다는 걸 보여줬다. 표준편차로 2 차이. 다른 어떤 방법도 근처에도 못 온다. 알렉산더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한테 개인 교습을 받았다. 근데 시간당 20만 원짜리 SAT 과외를 모두가 받을 수는 없잖아. 최선의 방법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다만 돈 있는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은 확장이 안 되니까, 우리는 최대한 많은 아이를 받을 수 있는 공장식 시스템에 안주해버렸다. 솔직히 그게 반드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학교는 교육만큼이나,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아이를 맡아두는 곳이기도 하니까.
AI는 최고의 튜터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져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말을 걸면 답한다. 뭘 모르는지 파악하고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인내심이 무한하고 재미있다. 어떤 질문도, 어떤 요청도 너무 많거나 너무 멍청하지 않다. 그게 자신감을 길러준다, 특히 아이들한테. 모든 과목. 새벽 3시에도 된다. 그 아이가 생각하고 배우는 방식에 실시간으로 맞춰진다. 회의적인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지. 칸아카데미도 있고, 유튜브도 있고, 위키피디아도 있잖아요. 맞다. 근데 그것들은 수동적이다. 동기부여된 아이가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AI는 다르다. 루프를 돈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준다. 막힌 걸 알아채고 다른 각도로 시도한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아이랑 나란히 앉아서 뭔가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직접 보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경험이다.
블룸의 2시그마. 40년 동안 효과가 입증된 것. 이제 드디어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학교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근데 이건 아이들 얘기만이 아니다. 내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AI는 내 학습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고 학습 속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매일 쓴다. 검색 엔진이 아니라 생각의 파트너로. 멍청한 질문 → 명확한 답 → 더 날카로운 후속 질문. 호기심 있는 사람한테는 엄청 재밌다. 그리고 절대 당신을 멍청하다고 하지 않는다.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
전에는 진입 장벽 때문에 손도 안 댔을 분야를 깊게 파게 됐다. 등록해야 할 강의도 없다. 체면 차릴 필요도 없다. 그냥 물어보면 된다.
근데 진짜 도약은 '만드는 것'에 있었다.
앱이나 웹사이트 만드는 법 배우는 게 너무 귀찮거나 답답해서 항상 포기했다. 근데 나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내 머릿속을 그대로 읽어서 내가 원하는 걸 바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엔지니어 군단이 있다면 뭘 만들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AI 이전에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엔지니어한테 설명하고, 디자이너가 붙고, 서로 협업하며 반복 작업을 하고, 며칠 혹은 몇 주 후에 돌아오면 내가 원하던 것과 전혀 딴판인 결과물. 수백만 원. 이제는 뭘 할 수 있는지가 진짜 충격적인 수준이다. 나는 기술적인 사람이 아닌데 뭔가를 만들고 있고, 실력도 늘고 있다. 읽거나 강의실에 앉아서가 아니라, 직접 하면서.
이 부분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AI는 한 분야에서 뾰족함을 가진 제너럴리스트한테 엄청난 무기가 될 거다. 비전, 안목,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 기술이 없어서 발목 잡혀 있던 사람들. 로우코드, 노코드는 전부터 있었지만, AI로 바이브 코딩을 해본 사람은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안다.
이건 "스킬"의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몬테소리는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을 해왔다. 암기가 아니라 사고를 가르쳐라. 그 주장이 이제 발등에 불이 됐다. 탐구력, 논리, 문제 분해 능력, 안목. 이것들이 지금 복리로 쌓이는 스킬이다. 암기는 구글이 20년 전에 죽였다. AI는 나머지 잡일들을 죽이고 있다.
기술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스킬이 바뀐다. 근데 교육 시스템이 항상 옳았던 한 가지가 있다. 호기심과 성실함. 이 두 가지가 있으면 멀리 갔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건 레버리지다.
엔지니어라면, AI에 호기심을 쏟으면 100배 생산적이 된다. 기술은 없지만 안목과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전엔 팀 없이는 불가능했던 걸 이제 혼자 만들 수 있다. 천장이 뚫렸다.
역사를 보면, 가장 놀라운 발견들 중 상당수가 아웃사이더한테서 나왔다. 우연히, 혹은 호기심으로, 혹은 둘 다. AI는 그걸 폭발시킨다. 실험하고, 탐색하고, 결국 발견하는 데 드는 장벽을 낮춘다.
르네상스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정규 교육의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나는 이미 배우는 법을 알고 있었는데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불행히도 배우는 법이 아니라 암기하고 순응하는 법을 배운다. AI는 묻고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지식이나 스킬이 별로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 핵심은 포기하지 않는 거다. AI는 계속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그 끝에서 나오는 사람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매일 클로드 사용량 한도를 꽉꽉 채워 쓰면서도, 나는 아직 원시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AI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의 5% 정도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표면만 긁고 있는데 이미 초능력 같다. 이게 진짜 미친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모두 초보자다. 모두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그냥 조금 덜 초기일 뿐이다.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없다. 머릿속에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서랍들을 열어서 그 안의 아이디어들을 현실로 만들고 자극받고 있다. 놀랍고, 중독되고, 강렬하게 재밌다. 친구들도 똑같이 하는 걸 보고 있다. 자기가 만든 앱, 새 웹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창의성의 르네상스 한가운데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것과 훌륭한 것 사이의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제 모두가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와 씨발.